“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회사의 핵심 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넘기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 반도체 기술 중국 유출 사건
2026. 6. 19. 반도체 CMP 슬러리 및 패드 관련 기술을 중국 반도체 회사에 유출한 A씨(59)에게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였습니다. 함께 기소된 공범 2명은 오히려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났습니다. 재판부는 “반도체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려 향후 유사한 범죄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CMP 슬러리·패드 기술이 왜 산업기술보호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 ② 영업비밀 누설죄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 업무상배임죄가 어떻게 동시에 성립하는지 ③ 피고인들이 “영업비밀·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 이유와 법원이 이를 배척한 근거 ④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별도로 추가된 경위와 그 법적 의미 ⑤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에서 기업이 갖춰야 할 법적·보안적 대응 장치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A씨는 국내 반도체 회사에 재직하던 중 2018년 임원 승진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A씨는 2019. 6. 중국 소재 반도체 회사와 CMP 슬러리 제조 사업 동업을 약정하고, 2019. 8.부터 퇴직한 2020. 1.까지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CMP 슬러리 및 패드 관련 보안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중국 반도체 회사로 유출하였습니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 다른 반도체 회사 2곳에 재직 중이던 연구원 등 3명을 포섭하여 각각 부사장·팀장·팀원급으로 중국 반도체 회사에 이직시켰습니다. 공범 2명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CMP 슬러리 실험데이터 등 기술 자료를 활용하여 중국 내 CMP 슬러리 사업계획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고 중국 반도체 회사 직원들에게 제공하거나, 보안 자료를 업무용 휴대전화 화면에 띄운 후 다른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유출하였습니다.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과거 자신이 유출한 자료를 공범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하였고, 공범은 증거은닉을 시도하였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 구분 | 내용 |
|---|---|
| A씨의 위기 |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업무상배임, 증거은닉교사 등 4개 혐의로 기소되어 1심 징역 2년 6개월 선고 후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실형 유지 |
| 공범 2명의 위기 | 1심보다 오히려 형량이 늘어나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2년에 벌금 2,000만 원 선고 |
| 피해 기업들의 위기 | 수년간 연구·개발에 투입한 CMP 핵심 기술이 중국 경쟁사에 유출되어 기술 경쟁력 훼손 |
2. 핵심 쟁점 Q&A
Q1. CMP 슬러리·패드 기술은 왜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나요?
A.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은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생산·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 중에서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관 분야의 산업경쟁력 제고 등을 위하여 법률 또는 해당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에 따라 지정·고시·공고·인증하는 기술을 ‘산업기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과 달리 비공지성(비밀성), 비밀유지성(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고시한 기술에 해당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이 되고, 그 기술과 관련하여 특허등록이 이루어져 내용 일부가 공개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부 공개된 것이 아닌 이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CMP 슬러리 및 패드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로서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고시한 산업기술 또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기술이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Q2. 이 사건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 업무상배임죄가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세 가지 죄는 각각 보호하는 법익과 구성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는 국가 산업경쟁력 보호를 위해 지정된 산업기술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유출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영업비밀 국외 누설)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취득·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대법원은 행위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경우, 상대방과 함께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하였거나 실제로 함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는지 등을 불문하고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5도11906 판결).
업무상배임죄는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대법원 2016. 7. 7. 선고 2015도17628 판결). 실무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부정취득하거나 외부로 무단 반출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뿐만 아니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로도 처벌하며, 이 두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재직 중 보안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중국 회사에 전송하였으므로 세 가지 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Q3. 피고인들이 “영업비밀·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툰 이유는 무엇이고, 법원은 왜 이를 배척하였나요?
A. 피고인들이 이 주장을 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출된 기술이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으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피하거나 형량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은 비공지성·비밀관리성·경제적 유용성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고시한 기술에 해당하면 보호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CMP 슬러리 및 패드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로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의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피해 회사들이 해당 기술 자료에 대해 보안 등급을 부여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등 비밀로 관리하였다면 이 요건도 충족됩니다. 피고인들이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몰래 반출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자료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었음을 방증합니다.

Q4.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어떻게 추가되었고,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과거 자신이 유출한 자료 등을 공범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하였고, 공범은 증거은닉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A씨에게는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었습니다.
증거은닉교사는 형법 제155조 제1항의 증거인멸죄를 교사한 것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도록 교사하는 행위입니다. 이 혐의의 추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첫째,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려 한 행위는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수사를 방해하려 한 것으로 평가되어 법원의 양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둘째, 공범 관계를 확장합니다. 증거은닉을 실행한 공범은 별도로 증거인멸죄의 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공범이 증거은닉을 시도한 사실은 피고인들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Q5. 피고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였고, 왜 실패하였나요?
A. 피고인들의 대응 전략과 그 실패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들의 대응 — 피고인들은 ① 유출된 기술이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② 범행이 계획적·조직적이지 않았다고 다투었으며, ③ 공탁을 통해 양형에 유리한 사정을 만들려 하였습니다. 또한 A씨는 수사 초기에 증거를 은닉하려 하였습니다.
실패 이유 — 항소심 재판부는 이 모든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계획적 및 조직적 범죄를 여전히 일부 다투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공탁만으로는 양형에 반영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A씨가 중국 회사와 동업 약정을 먼저 체결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 국내 다른 회사의 연구원들까지 조직적으로 포섭하여 이직시켰다는 사실, 수사 개시 후 증거를 은닉하려 하였다는 사실이 모두 계획적·조직적 범행의 증거로 작용하였습니다.
공범 2명의 경우 오히려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났는데, 이는 검찰의 항소가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2명의 형량이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내부자에 의한 기술 유출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 유출의 가장 큰 위협이 외부 해커가 아니라 내부 직원이라는 점입니다. A씨는 수십 년간 회사에서 쌓은 신뢰와 접근 권한을 이용하여 핵심 기술을 유출하였습니다. 기업은 첫째, 핵심 기술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을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접근 이력을 기록·관리하여야 합니다. 둘째, 퇴직 예정자나 인사 불만자에 대한 보안 모니터링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셋째, 임직원과의 계약에 비밀유지의무와 경업금지 조항을 명확히 규정하여야 합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관리하는 기관의 장에게 국가핵심기술을 취급하는 전문인력의 이직 관리 및 비밀유지 등에 관한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2호). 승진 탈락이라는 개인적 불만이 국가 산업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 사건의 교훈을 반도체 업계 전체가 새겨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