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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병원양도 후 같은 건물에서 동종 병원을 개원-상법상 경업금지의무?

병원양도 후 같은 건물 개원, 경업금지 의무

Q. 저는 정형외과 의원을 운영하다가 후배 의사에게 권리금 포함 4억 원에 병원양도하고 임대차계약도 체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건강이 회복되자 같은 건물 2층에 동종의 정형외과 의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의사는 상법상 상인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경업금지의무가 인정되나요?

A. 대전고등법원은 의사가 상법상 상인에 해당하지 않아 상법 제41조가 직접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병원 양도양수계약의 영리성이 주된 동기로 작용한 경우에는 상법 제41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설령 유추적용이 불가하더라도 계약 체결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보아, 영업폐지 및 10년간 경업금지와 함께 5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가 상법상 상인이 아님에도 상법 제41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이 인정되는 요건과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 근거가 무엇인지, 경업금지의무의 지역적 범위와 기간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손해배상액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 실제 판결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병원양도 후 같은 건물 개원, 경업금지 의무
병원양도 후 같은 건물 개원, 경업금지 의무

1. 사실관계 요약

피고(양도인)는 대전 동구 소재 건물 4층에서 정형외과 의원을 운영하다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건강상의 이유로 2016. 3. 12. 원고(양수인)와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인테리어·장비 대금 1억 5천만 원과 권리금 2억 5천만 원 합계 4억 원을 지급하고 2016. 4. 4.자로 병원을 양수하였으며, 동시에 피고로부터 건물 4·5층을 임차하는 임대차계약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는 건강이 회복되자 임대차계약 종료 5개월 전인 2018. 11.경부터 법령상 한도를 현저히 초과하는 차임 증액을 요구하고 임대차계약 종료를 요구하였습니다. 원고가 이를 거부하자 피고는 2021. 6.경 같은 건물 2층에 원고와 동종의 정형외과 의원을 개원하였고, 원고는 2021. 8. 31. 병원을 약 100m 떨어진 건물로 이전하였습니다.

제1심(대전지방법원 2024. 1. 10. 선고 2021가합105891 판결)은 상법 제41조의 직접 적용을 부정하고 묵시적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따른 위자료 3천만 원과 임대차보증금 미반환액만 인정하였으나,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은 이를 변경하여 영업폐지, 경업금지, 손해배상금 5억 1,557만 원을 명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가. 의사는 상법상 상인이 아닌데, 상법 제41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나요?

Q. 대법원은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의사 간 병원 양도양수계약에는 상법 제41조의 경업금지 규정이 전혀 적용될 수 없는 것인가요?

A. 대전고등법원은 의사를 상인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전제로 하면서도, 병원 양도양수계약처럼 영리성이 주된 동기로 작용하는 활동에 관하여는 상법 제41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의사의 의료행위 자체와 병원 양도라는 상업적 거래를 구별하여 후자에 대해서는 상법의 유추적용을 인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00249 판결). 상법상 영업양도에 관한 규정은 양도인이 상인이 아닌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1969. 3. 25. 선고 68다1560 판결), 상법 제41조의 직접 적용은 부정됩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그러나 대전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추적용을 긍정하였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유추적용 긍정 근거내용
공익성의 상대성거의 대부분의 상행위도 공익에 기여하며, 도서 출판이나 화물 운송이 의료행위보다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다고 단정할 수 없음
영리성과 공공성의 병존의료행위에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더라도 이는 영리성과 병존하며,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일차적 동기가 공익이 아닌 사익인 이상 상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단정할 수 없음
상업적 측면 인정의 무해성의료행위에 상업적 측면이 내재되어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여 의료행위의 가치나 품격이 저하되는 것은 아님
이 사건 계약의 영리성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은 병원 인테리어·장비·권리금을 감안한 대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상인 간 영업양도계약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영리성이 주된 동기로 작용함
의료법 목적 저해 없음상법 제41조를 유추적용한다고 하여 국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의료법 등의 목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려움

이 판결은 의사 간 병원 양도양수계약에 상법 제41조를 유추적용한 선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다만 이는 고등법원 판결로서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과는 구별되며, 대법원은 아직 이 쟁점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제1심(대전지방법원 2024. 1. 10. 선고 2021가합105891 판결)은 의사의 비상인성을 이유로 상법 제41조의 직접 적용을 부정하였고, 이 점에서 항소심과 견해를 달리합니다.

병원양도 후 동일 건물에 개원-경업금지 적용
병원양도 후 동일 건물에 개원-경업금지 적용

나.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은 어떻게 인정되나요?

Q. 이 사건 양도양수계약서에는 경업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이 인정된 근거가 무엇인가요?

A. 경업금지약정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될 필요 없이 묵시적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당사자 간의 관계,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구체적인 계약 내용, 계약 체결 이후의 경과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하여 묵시적 약정의 존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병원을 그만하겠다고 여러 차례 표명하고 원고에게 자신의 전부를 준 것이라고 하였으며, 원고가 상당한 권리금을 지급하고 양수한 점 등이 결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은 다른 계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계약서의 한 조항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행하여질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묵시적 약정의 존부는 당사자 간의 관계, 계약 체결의 동기와 목적, 구체적인 계약 내용, 계약 체결 이후의 경과, 관련 법령, 거래의 관행 등을 비롯한 당시의 모든 정황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98365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이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을 인정한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묵시적 약정 인정 근거내용
피고의 반복적 표명피고는 “이젠 그만하려구”, “내 전부를 준 거여” 등 병원을 다시 운영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여러 차례 표명함
선후배 관계원고와 피고가 가까운 선후배 관계로서 피고가 태도를 돌변하여 경업할 것을 예상하며 경업금지 조항을 명시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 합리적 의사
상당한 권리금 지급원고가 권리금 2억 5천만 원을 포함하여 4억 원을 지급하였는데, 3년 후 피고가 경업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없음
임대차 갱신 기대관련 법령에 따라 원고는 최소 5년(이후 10년)간 임차할 권리가 있었고, 피고도 이를 알면서 건물로 인해 속 썩이지 않겠다고 확언함
피고의 변심피고가 건강을 회복하자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태도를 돌변한 것이 분쟁의 원인

다만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의 인정은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간에 그러한 묵시적 약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모든 정황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사업계획서 기재만으로 묵시적 약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98365 판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 선후배 관계, 상당한 권리금 지급 등 다양한 사정이 종합적으로 인정된 점이 특징입니다.

다. 경업금지의무의 지역적 범위와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Q. 상법 제41조 제1항은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10년간 동종영업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경업금지의 지역적 범위와 기간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A. 법원은 경업금지지역으로서의 동일 지역 또는 인접 지역은 양도된 물적 설비가 있던 지역이 아니라 영업양도인의 통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던 지역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전광역시에서 10년간(영업양도일인 2016. 4. 4.부터 2026. 4. 3.까지) 경업금지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상법 제41조 제1항은 영업을 양도한 경우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업금지지역으로서의 동일 지역 또는 인접 지역은 양도된 물적 설비가 있던 지역을 기준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영업양도인의 통상적인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던 지역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고, 이때 통상적인 영업활동인지 여부는 해당 영업의 내용, 규모, 방식,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80440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운영하던 정형외과 의원은 대전광역시 동구에 위치하였으므로, 경업금지지역은 대전광역시로 정해졌습니다. 경업금지 기간은 영업양도일인 2016. 4. 4.부터 10년이 경과한 2026. 4. 3.까지로 인정되었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상법 제41조 제1항).

라.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되었나요?

Q. 항소심은 제1심의 위자료 3천만 원에서 5억 1,557만 원으로 손해배상액을 대폭 증액하였습니다. 어떤 항목이 인정되었고 어떤 항목이 기각되었나요?

A. 항소심은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로 ① 권리금 상당액 2억 9,280만 원, ② 병원 매출감소액 1억 3,949만 원, ③ 임대차보증금 미반환액 8,328만 원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병원 이전 비용과 위자료는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상당인과관계 있는 범위에서 인정됩니다(민법 제390조, 민법 제393조; . 이 사건에서 인정된 손해배상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손해 항목인정 여부금액비고
권리금 상당액인정292,800,000원임대차계약 종료 당시 감정된 권리금
병원 매출감소액인정139,490,496원경업 이후 매출 감소분
임대차보증금 미반환액인정83,280,587원보증금 2억 원 중 미반환액
병원 이전 비용기각—별도 인정 없음
위자료기각—별도 인정 없음

권리금 상당액이 손해로 인정된 것은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전하게 됨으로써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와는 별개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으로 인정된 것입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영업비밀 경업금지 김정민 변호사
영업비밀 경업금지 김정민 변호사

3. 당사자가 당면한 위기와 문제점

피고 입장에서 이 사건의 핵심 위기는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이 없었음에도 상법 제41조 유추적용 또는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이 인정되어 영업폐지 명령과 5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점입니다. 특히 피고가 수사기관이나 계약 체결 과정에서 한 발언(“이젠 그만하려구”, “내 전부를 준 거여”)이 묵시적 약정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청구액(8억 8,188만 원) 중 약 58%만 인정되어 소송비용의 2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이전 비용과 위자료가 별도로 인정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4. 이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 판결은 의사 간 병원 양도양수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의사가 상법상 상인이 아니더라도 병원 양도양수계약에는 상법 제41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의사의 비상인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영리성이 주된 동기인 병원 양도 거래에 대해서는 상법의 유추적용을 인정한 선례입니다(대전고등법원 2024. 12. 11. 선고 2024나10738 판결; 상법 제41조 제1항).

둘째,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이 없어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발언과 행동이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양도할 때 “다시는 병원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면, 이는 묵시적 경업금지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98365 판결).

셋째, 경업금지의무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려면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여야 합니다. 양도인이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계약서에 이를 명확히 약정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법 제41조 또는 묵시적 약정에 따른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1조 제1항; .

Q. 그렇다면 의사 간 병원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할 때 어떻게 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나요?

A. 양도인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경업금지의무의 범위(기간, 지역, 업종)를 명확히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조항을 두어야 합니다. 특히 향후 동종 병원을 개원할 계획이 있다면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여야 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다시는 병원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삼가야 합니다. 양수인 입장에서는 경업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양도인이 한 발언을 문서화하여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권리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경업금지의무 위반 시 권리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