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곰표’ 상표권자로서 협력사와 함께 각자의 영역에서 ‘곰표’ 상표를 사용해 왔습니다. 협력관계가 종료된 후 제 통상사용권자들이 제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였는데, 협력사가 이것이 자신의 상표와 혼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저는 통상사용권자들에게 일부 디자인 변경을 지시하기도 하였는데, 제 등록상표가 취소될 수 있나요?
A. 특허법원은 통상사용권자들의 실사용상표가 협력사의 대상상표들과 출처의 혼동을 일으켰다고 보아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본문의 취소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상표권자가 통상사용권자들의 사용태양을 승인한 경우에도 부정사용의 위험을 인식·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표권이 이전된 후 사용권자가 사용한 상표도 ‘타인의 대상상표’가 될 수 있는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가 ‘부정경쟁의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지,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사용태양을 직접 승인한 경우 ‘상당한 주의’ 요건이 어떻게 판단되는지, 그리고 취소심판 청구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는지 — 실제 판결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1. 사실관계 요약
원고는 ‘곰표’ 문자를 포함하는 상표의 권리자로서 국수 등 밀가루 가공식품 분야에서 상표를 사용해 왔습니다. 피고는 1952년에 설립된 밀가루 제조·판매 회사로서 1955년부터 ‘곰표’ 상표를 등록하여 밀가루 분야에서 사용해 왔고, 2018년경부터 화장품, 팝콘, 맥주,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상품군에 걸쳐 ‘곰표’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하였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21. 2. 28. 원고의 등록상표 3건에 관한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여 협력관계를 유지하였으나, 2022. 9.경 협력관계가 종료되었습니다. 그 후 원고의 통상사용권자들이 피자, 토스트, 브리또, 또띠아, 왕만두 등의 상품에 원고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실사용상표들을 사용하였는데, 피고는 이것이 자신의 대상상표들(팝콘스낵, 나쵸, 크림치즈스틱, 밀맥주 등에 사용된 상표들)과 출처의 혼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상표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은 피고의 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등록상표에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본문의 취소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특허법원 2026. 선고 2026허1002~5 판결).
2. 핵심 쟁점
가. 협력사의 상표도 ‘타인의 대상상표’가 될 수 있나요?
Q. 피고는 원고로부터 상표 사용허락을 받아 밀가루 가공식품 분야에 ‘곰표’ 상표를 사용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피고의 대상상표들이 원고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상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나요?
A. 법원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상표 사용허락을 받기 전부터 대상상표들을 자신의 영업이나 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해 왔고, 밀가루 가공식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사용허락을 받은 것이므로, 피고의 대상상표들 사용으로 인한 신용이나 명성 축적의 효과가 상표권자인 원고에게 그대로 귀속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상상표들은 원고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혼동의 대상이 되는 상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혼동의 대상이 되는 타인의 상표(대상상표)는 적어도 국내에서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그 상표나 상품이라고 하면 특정인의 상표나 상품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을 것을 요합니다. 이 조항은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의 오인 또는 타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과의 혼동을 생기게 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대상상표’나 ‘타인’의 범위를 특별히 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대상상표가 당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거나 상표법상의 등록상표가 아니더라도 혼동의 대상이 되는 상표로 삼을 수 있고, 상표권이 이전된 경우 종전 상표권자나 그로부터 상표사용을 허락받은 사용권자도 ‘타인’에 포함됩니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후2178 판결;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이 사건에서 법원이 피고의 대상상표들을 ‘타인의 대상상표’로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거 | 내용 |
|---|---|
| 사용허락 이전부터의 독자적 사용 | 피고는 원고로부터 사용허락을 받기 전부터 대상상표들을 자신의 영업이나 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하여 사용해 왔음 |
| 신용 귀속의 불명확성 | 피고가 밀가루 가공식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사용허락을 받은 것이므로, 대상상표들 사용으로 인한 신용이나 명성 축적의 효과가 원고에게 그대로 귀속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
| 권리범위 속하더라도 대상상표 가능 | 대상상표의 사용이 기존 상표권자의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여 위법할 수 있는 경우에도 혼동의 대상이 되는 상표에 해당함 |
이 판결은 상표 사용허락계약에 따라 사용권자가 사용한 상표라도, 그 사용권자가 독자적인 신용을 축적하였다면 상표권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대상상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상표의 사용자 외에 사용허락계약 등을 통하여 상표사용자의 상표사용을 통제하거나 상표를 사용하는 상품의 성질이나 품질을 관리하여 온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표권자에게 상표사용에 따른 신용과 고객흡인력 등이 귀속된다는 일반 법리(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후1159 판결)와 달리,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독자적으로 신용을 형성하였다고 보아 그 귀속을 부정한 것입니다.
나.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부정경쟁의 목적’을 요건으로 하나요?
Q. 원고는 통상사용권자들에게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었으므로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나요?
A. 법원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그 문언상 사용권자들의 ‘부정경쟁의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같은 항 제1호가 상표권자의 ‘고의’를 요건으로 하는 것과 달리 ‘고의’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조항은 부정사용행위 자체를 규제함으로써 상품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소비자와 다른 상표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는 상표권자가 ‘고의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를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2호는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가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를 취소사유로 규정하면서 ‘고의’나 ‘부정경쟁의 목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이 조항의 취지는 상표권자에게 사용권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에 사용권자에 대한 감독의무를 부과하여 사용권자가 상표제도의 본래의 목적에 반하여 등록상표를 그 사용권의 범위를 넘어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상품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타인 상표의 신용이나 명성에 편승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거래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함은 물론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업상 신용과 권익도 보호하려는 데 있습니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후2178 판결;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후3329 판결;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따라서 통상사용권자들에게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취소사유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사용태양을 직접 승인한 경우, ‘상당한 주의’ 요건은 어떻게 판단되나요?
Q. 원고는 통상사용권자들에게 일부 디자인 변경을 지시하였으므로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나요?
A. 법원은 이 사건에서 통상사용권자들의 실사용상표 사용이 상표권자인 원고의 관리·감독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원고의 통제 내지 승인 하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주의’ 여부는 실사용상표들의 사용태양에 내재한 부정사용의 위험을 원고가 인식·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표권자가 등록상표에 대한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의 부정사용행위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에게 오인·혼동행위를 하지 말라는 주의나 경고를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표사용에 관하여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를 실질적으로 그 지배하에 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후3329 판결;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단서).
이 사건에서 법원은 기존의 ‘감독’ 기준을 사용권자의 일탈행위가 아닌 상표권자의 승인 하의 행위에 적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 구분 | 기존 기준 | 이 사건 기준 |
|---|---|---|
| 적용 상황 | 사용권자가 상표권자의 관리·감독을 벗어나 부정사용한 경우 |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사용태양을 승인한 경우 |
| 판단 기준 |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등 실질적 지배 여부 | 부정사용의 위험을 인식·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 |
이 사건에서 원고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본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의 행위 | 법원의 평가 |
|---|---|
| 통상사용권자들에게 ‘직선 띠’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 | 수요자들의 혼동 가능성을 우려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가 이를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임 |
| 일부 디자인 변경 지시 | 변경된 실사용상표들이 여전히 대상상표들의 주된 창작 모티브를 유지하고 있어 혼동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음 |
| 피고의 내용증명 수령 후 조치 | 피고가 통상사용권자들에게 혼동 가능성을 지적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음에도 원고가 즉시 사용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음 |
이 판결은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사용태양을 직접 승인한 경우에도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상당한 주의’ 요건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새롭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라. 취소심판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나요?
Q.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하는 다수의 상표를 출원하는 등 배신적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의 취소심판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나요?
A. 법원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소비자의 이익과 다른 상표 사용자의 영업상 신용과 권익을 보호하려는 공익적 규정이므로, 피고가 원고의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하는 상표를 출원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취소심판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표권자가 당해 상표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표권을 행사하기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 등에 비추어, 상대방에 대한 상표권의 행사가 상표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유지와 수요자의 이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상표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이 권리남용을 부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의 주장 | 법원의 판단 |
|---|---|
| 피고가 원고의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하는 다수의 상표를 출원하였음 | 상표를 출원하는 행위 자체가 원고에 대한 배신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 |
| 피고의 행위로 인한 손해 | 원고는 별도의 절차를 통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여 손해를 전보할 수 있음 |
| 통상사용권자들의 행위 정당화 |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통상사용권자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님 |
나아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에 대한 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사용권자에 의한 등록상표의 부정사용행위에 대해서도 그 등록상표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함은 물론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업상의 신용과 권익도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공익적 규정이라는 점도 권리남용 부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3. 이 판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 판결은 상표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당사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첫째, 상표 사용허락을 받은 사용권자가 독자적인 신용을 축적한 경우, 그 사용권자의 상표도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의 ‘타인의 대상상표’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권자는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권자가 독자적인 신용을 형성할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후2178 판결;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둘째,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는 사용권자의 ‘부정경쟁의 목적’이나 ‘고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사용권자에게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었다는 사정은 취소사유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상표권자는 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태양을 철저히 관리하여야 합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셋째, 상표권자가 사용권자의 사용태양을 직접 승인한 경우에도 ‘상당한 주의’ 요건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상표권자는 실사용상표들의 사용태양에 내재한 부정사용의 위험을 인식·예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단순히 일부 디자인 변경을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2호 단서;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후3329 판결).
Q. 그렇다면 상표 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할 때 상표권자는 어떻게 해야 등록상표 취소를 예방할 수 있나요?
A. 첫째, 사용허락계약서에 사용권자가 사용할 수 있는 상표의 구체적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제3자의 상표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명확히 금지하여야 합니다. 둘째, 사용권자의 상표 사용실태를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혼동 가능성이 있는 사용태양이 발견되면 즉시 시정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감독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셋째, 협력사나 사용권자가 독자적인 신용을 축적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상표와의 혼동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혼동 가능성이 있는 사용태양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사용 중단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문서로 기록되어 있어야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