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연구하며 만든 발명이 특허로 등록됐습니다. 보상지침에는 등록보상, 타사실시보상, 침해적발보상까지 보상 항목이 빼곡합니다. – 직무발명 보상금 분쟁
그런데 몇 년 뒤 보상금을 청구하려 하자 회사는 이렇게 답합니다.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습니다.”
실제 특허법원 사건(2024나10478)에서 연구원은 일부만 이겼습니다. 같은 발명에서 나온 보상금인데도 어떤 항목은 시효가 살아 있었고, 어떤 항목은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차이를 만든 건 보상지침에 ‘언제 지급한다’가 적혀 있었느냐였습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1. 무슨 일이 있었나: 3분 요약
원고는 피고 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여러 직무발명을 완성했고, 회사는 이를 승계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회사의 2001년 보상지침에는 등록보상, 타사실시보상, 양도보상, 크로스 라이선스 활용보상, 소송활용보상, 침해적발보상이 규정돼 있었습니다.
원고는 두 갈래로 청구했습니다.
| 청구 | 원고의 주장 | 결과 |
|---|---|---|
| 주위적 청구 | 2001년 보상지침·포상기준은 법정채권과 별개인 약정채권의 근거다 | 기각 |
| 예비적 청구 | 구 발명진흥법·구 특허법에 따른 법정채권으로서 보상금을 달라 | 일부 인용 |
특허법원은 소멸시효가 남아 있던 21개 직무발명의 등록보상액 합계 1,910,000원을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회사가 이미 준 돈을 충당하고 남은 원금 931,374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특허법원 2024나10478 판결).
금액보다 중요한 건 법원이 그은 선입니다. 무엇은 인정되고 무엇은 막혔는지, 쟁점별로 보겠습니다.
2. 판결이 그은 5개의 선
① 회사 보상규정은 ‘별도의 계약’이 아닙니다
원고는 보상지침과 포상기준이 법과 별개로 돈을 청구할 수 있는 약정채권의 근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은 직무발명을 장려하려고 법이 정책적으로 인정한 법정채권입니다(발명진흥법 제15조 제1항).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보상 기준과 지급방법이 적혀 있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것은 법정채권을 구체화·보충하는 것일 뿐 성질이 바뀌지 않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7407 판결;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5다219742 판결).
| 보상 근거 | 법원의 판단 |
|---|---|
| 2001년 보상지침 | 법정채권을 이행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일 뿐, 별도 약정채권이 아님 |
| 2001년 포상기준 | 경영상 필요에 따른 내부 업무처리지침일 뿐, 독립된 청구권원이 아님 |
이 법리는 대법원이 같은 회사를 상대로 한 여러 사건에서 2026년 6월 일관되게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25다217407, 2025다217408, 2025다218147, 2025다219742, 2025다220472 판결).
② 같은 발명이라도 보상 종류마다 시효 시작점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보상금청구권은 법정채권이라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원칙적으로 시효는 회사가 특허를 받을 권리를 승계한 때부터 진행합니다.
하지만 근무규정이 지급요건이나 절차로 지급시기를 정해 두었다면, 그 시기가 와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시효도 그때부터 진행합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다258463 판결). 이 판결은 이 법리를 보상 종류별로 쪼개 적용했습니다.
| 보상 종류 | 지급시기를 정했나 | 시효 시작점 | 결과 |
|---|---|---|---|
| 타사실시보상 | 아니오 | 권리 승계 시 | 시효 완성 |
| 양도보상 | 아니오 | 권리 승계 시 | 시효 완성 |
| 크로스 라이선스 활용보상 | 아니오 | 권리 승계 시 | 시효 완성 |
| 소송활용보상 | 아니오 | 권리 승계 시 | 시효 완성 |
| 등록보상 | 예 (최초 일국 등록 시) | 최초 일국 등록 시 | 일부 완성, 일부 살아남음 |
| 침해적발보상 | 예 (적발·신고 + 지재부서 채택 시) | 적발·신고 + 채택 시 | 소 제기 10년 전 도래 증명이 없어 시효 항변 배척 |
한마디로, 언제 준다고 적혀 있지 않은 보상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시효가 끝날 수 있습니다.

③ 회사 지침 금액이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되는 5가지 조건
구 발명진흥법 제15조 제2항은 근무규정상 보상이 합리적이면 이를 정당한 보상으로 봅니다. 법원은 이 회사의 등록보상액을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했는데,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조건 |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정 |
|---|---|
| 명확성 | 등록보상금의 지급사유와 액수를 발명등급별로 정해 둠 |
| 평가절차 | 기술적·경제적 가치, 타사의 회피 가능성을 반영하는 절차가 있음 |
| 공개성 | 교육과 사내 특허시스템으로 평가기준을 종업원에게 알림 |
| 이의제기 | 종업원이 지침 운영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있음 |
| 실제 운영 | 기준을 실제로 적용해 원고에게 일부 보상금을 지급했고, 그 규모도 고려 |
④ FRAND 선언은 ‘침해 적발’이 아닙니다
원고는 회사가 FRAND 선언을 했으니 침해적발보상 요건이 채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FRAND 선언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공정·합리적·비차별적 조건으로 실시를 허락하겠다고 밝히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것이 특정 제3자의 구체적 침해나, 원고의 적발·신고, 지재부서의 채택을 뜻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지급요건에 대한 구체적 주장·증명도 없어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눈여겨볼 점: 이 항목은 시효 항변이 배척됐습니다. 요건을 구체적으로 증명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있었던 셈입니다.
⑤ 이미 받은 돈은 ‘법정변제충당’으로 정리됩니다
회사가 등록보상금 명목으로 이미 지급한 994,000원은 민법 제477조·제479조의 법정변제충당 순서에 따라 처리됐습니다. 그 결과 남은 원금 931,374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이 명해졌습니다.
3. 연구원이라면 지금 바로 점검하세요
- ✅ 회사 보상규정을 펼쳐 보상 종류별 지급시기가 적혀 있는지 확인했다
- ✅ 지급시기가 없는 보상(타사실시·양도 등)은 권리 승계일부터 10년이 언제인지 계산했다
- ✅ 청구 근거를 보상규정이 아닌 발명진흥법(또는 구 특허법)상 법정채권으로 잡았다
- ✅ 침해적발보상처럼 요건이 정해진 항목은 적발·신고·채택을 보여줄 자료를 모았다
- ✅ 시효가 애매하다면, 회사의 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인지도 검토했다
4. 기업이라면: 보상지침이 분쟁을 막는 방패가 되려면
이 판결은 잘 만든 보상지침이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지침만 있어서는 부족합니다.
지급사유와 액수를 명확히 하고, 합리적 평가절차를 두고, 기준을 종업원에게 알리고,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고, 실제로 지급한 기록까지 갖춰야 합니다.

한 줄 정리
직무발명 보상금은 하나의 권리지만, 시효의 시계는 보상 종류마다 따로 돕니다. 내 회사 규정에 ‘언제 준다’가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이미 퇴사했거나 발명 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시효가 남은 항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상규정과 특허 등록일 자료를 챙겨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